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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포트폴리오 플랜

쑤기c 2012. 1. 21. 11:43
은퇴 후 행복을 이뤄낼 수 있는 5가지 항목(가족, 취미/여가, 사회활동, 건강, 부/소득)을 균형 있게 실천할 수 있는 행복포트폴리
• 가족: 앞으로 채워야 할 곳 파랑글씨..
• 취미/여가
• 사회활동
• 건강
• 부/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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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10억원.' 10여년 전 일부 보험사와 금융 전문가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돈'이라고 제시한 금액이다.

이후 '10억원 만들기 재테크 열풍'이 불었다. IMF외환위기와 카드사태 등 위기를 겪으면서 믿을 건 돈뿐이라는 믿음이 작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정 기간 10억원의 목표를 향해 돈을 모으는 프로젝트들이 직장인, 맞벌이부부, 인터넷동호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10억원 만들기가 일반인의 씀씀이와 재테크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확산되고 있다. 오히려 10억론에 현혹돼 자신의 소득에 비해 무리하게 금융상품에 가입해 중도 해약하는 바람에 금융사의 배만 불려주는 등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

현재 목돈 10억원 이상(금융자산 기준)의 슈퍼리치는 국내에 13만명(미래에셋자산운용 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국민 중 상위 0.26%에 해당할 정도로 미미한 것.

'1%의 탐욕을 위한 99%의 희생을 막아보자'는 최근 흐름과 저금리, 투자처 고갈 등에 비쳐볼 때도 10억원 달성은 요원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청년 실업사태, 조기퇴직 강요, 부동산 편중 자산구조 등이 얽히고 설키며 재테크 무용론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35세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한 금융사에서 10억원 마련 등 노후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현재 월 15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60세에 필요한 월 생활비는 약 220만원(물가상승률 연 3%, 은퇴 전 생활비의 70% 가정), 동갑내기 부부가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노후자금은 약 10억원이 된다'(물론 현재 물가상승률이면 이마저도 더 올려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월급 250만~300만원의 평범한 직장인인 그가 받아든 처방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외에 민영연금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금리로 금리연동형 연금상품은 투자수익률이 낮은 만큼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게 더 좋다는 팁도 받았다.

월급의 10%는 노후준비를 위한 보험에 넣어야 하는데 건강보험(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어린이보험 등과 합쳐 따져보면 20~30%에 육박했다. 언뜻 계산해도 50만~60만원은 보험료로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유치원생 아이가 있는 그는 영어유치원비(80만~90만원) 부담도 만만치 않고 전셋값 올려주는 처지를 탈출하기 위한 집 마련 계획에도 허덕이는 상황이다. 잠시 잊으려 TV 개그프로를 봤더니 한 인기개그맨은 "집을 장만하는 것, 어렵지 않아요. 최저임금 4320원을 받으며 80년 동안 숨만 쉬고 살면 집을 가질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김씨는 또 자식 1명을 낳아 기르면서 대학졸업까지 들어가는 양육비가 총 2억6204만원으로 추정(2009년 보험사회연구원 조사)된다는 보도에 아연실색했다.

김씨가 금융사의 추천대로 매월 50만∼6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한다고 해서 노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사의 운용실적이 신통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대표적인 은행의 노후준비상품인 개인연금 신탁상품의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1%대 전후에 머물러 있다. 1990년대 중반 인기몰이를 한 보험사 연금상품은 지급 시점이 되자 당초 알린 것과 다르게 지급(예정)액이 절반 이하로 오그라든 상태다.

그래서 김씨가 내린 선택은 슬프지만 '노후준비에 마음 졸이느니 버는 대로 쓰자'이고 1가지 더 있다면 '연금복권을 꼬박꼬박 사자'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된 연금복권 열풍에는 이 같은 그늘이 있는 것이다.

'10억 재테크론'이 합리적인 재테크 설계를 아예 포기하고 허황된 꿈만 좇게 하는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10억'이라는 숫자에 좌절하고 무리하게 대박을 좇다 쪽박을 차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사들도 자성론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은퇴하려면 몇억원이 필요하다는 식의 재무적 준비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은퇴 후 행복을 이뤄낼 수 있는 5가지 항목(가족, 취미/여가, 사회활동, 건강, 부/소득)을 균형 있게 실천할 수 있는 행복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며 스스로 은퇴를 새롭게 정의하라는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부회장)은 "얼마를 모으는 것보다 평생 손을 놓지 않을 직업이나 종교를 가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재테크설계가 아니라 인생설계가 중요하고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 역시 버려야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배성민기자 ba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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